80 x 330 cm/캔버스에 아크릴릭/08.04.09
['夜想曲 야스쿠니_1']
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바쁜일이 많았다.
시매연 후배님들과 제주 마라도에 달려가 '저항과 평화의 바다展'에 참여하고 작업실에 복귀한 후
몇일 그림그리다가 경주로 향했다.
아무래도 무리를 지어 폭발하듯 만개한 벚꽃을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에 경주 보문단지와 불국사 앞뜰의 벚나무를 선택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군락을 이룬 아름드리 벚나무가 만개한 장면을 한번도 보질 못했다.
5년전 지인들과 함께 일본 교토의 벚꽃을 보기 위해 4월 만개하는 날짜에 맞추어 여행했지만
직전에 봄 한파가 있어서 결국 한두그루 개화하는 것만 구경하고 말았다.
작년 봄엔 밤시간을 이용해서 여의도 윤중로에 달려 갔지만 겨우 종아리 굵기의 벚나무에 공해에 찌든 꽃이 안쓰러웠고
더구나 나무 밑둥마다 빨갛고 노랗고 퍼런 형형색색 조명등에 기가 막혀 쓰팔쓰팔 소리만 중얼거리며 그냥 발길을 돌렸다.
작년엔 '야스쿠니'그림 작업을 앞두고 꼭 만개한 벚꽃을 봐야 했다.
그래서 일본 혼슈보다 지리적으로 훨씬 북쪽에 위치하여 벚꽃피는 날짜가 5월초라고 하는 '북해도'로 향했다.
하꼬다테 城 은 메이지 직후 천황군의 편입에 반발했던 무사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천황군과 마지막 전투를 벌였던 城이다.
하꼬다테 城 해자 둔덕에 만개하는 벚꽃은 유명하다.
그러나 나는 조금 성급한 마음으로 달려간 탓이었던지 그곳에 사흘을 머무르는 동안 벚꽃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돌아오는 마지막 날 성밖 벚나무 하나에 딱 꽃 한송이가 피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하얀 꽃 한 송이를 보려고 하꼬다테까지 달려간 셈이다.
벚꽃 뿐만 아니라 '봄'은 항상 나를 비껴 갔거나, 혹은
중요한 작업들이 대부분 봄철에 집중된 탓이었던지 나는 매년 봄철엔 항상 어두운 작업장에 갇혀 지냈다.
그것도 아니라면 내 스스로 아마 화사한 봄색깔이 싫어서 애써 무시해 버렸을 것이다.
작년 여름부터 시작한 '야스쿠니' 그림들의 일관된 소재중 하나가 '벚꽃'이다.
이제 야스쿠니 그림들이 거의 끝나가는 마당에 꼭 벚꽃을 봐야 겠다는 내 심사가 불량하기만 하다.
그러니까 작년 여름부터 그려온 야스쿠니 관련 크고 작은 작업들이 모두 40 여점을 넘어섰다.
그 그림들엔 모두 만개한 벚꽃이 여러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단 한번도 군락으로 무리지어 만개한 벚꽃을 보지 못한 나는 그러니까 순전히 상상력만으로 버티어 온 셈이다.
아무튼 '상상력'이거나 혹은 '게으름'이거나....
경주에서 이틀동안 만개한 벚꽃을 원없이 볼 수 있었다.
보름전 부터 그곳 지인 한분이 핸폰 문자 메시지로 벚꽃개화에 대해 중계방송을 해 주었다.
'여그 경주 벚꽃 봉오리 쬐끔 나와 있음'
'어? 오늘 벚꽃봉오리 빨갛게 약이 올라와 있음'
'화아! 시내 양지쪽에 드디어 하얀 벚꽃이 피기 시작함'
'으흐흐... 이번주 토욜에 만개할 것 같아서 출발 준비 바람!'
'빨리 출발하기 바람! 드뎌 만개했음'......
이제 야스쿠니 작업들이 모두 끝나가는 마당인데.....
만개한 벚꽃은 마치 '비현실적'인 무엇인가.....가 있다.
여린 모습의 꽃 한 송이는 '현실'의 모든 슬픔을 혼자서 몽땅 담고 있는 듯 하지만
그러나 그것들이 한데 모여 군락을 지어 있으면 갑자기 '비현실'적으로 변한다.
참으로 일본적(?)인 꽃이다.
포항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지인의 차를 타고 밤을 달려서 보문단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개천가 만개한 벚꽃에서 그리고 개천에 비친 밤하늘 검은색 속에 뚜렷하게 새겨진 하얀 벚꽃의 무리들을 보았다.
말 그대로 검은 색과 하얀 색의 절묘한 조화다.
'Nocturne' , 夜想曲 바로 그것이었다.
아무튼 夜想曲 이거나 혹은 夜想哭 이거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