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흙 - 3/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8.17

[ 흙 - 3 ]

흙으로 만들어진 모든 것들은 물에 약하다

한 명은 문을 지키고
또 한 명은 그의 머리채를 잡고
또 다른 한명은 주전자로 그의 콧구멍에 물을 부었다

주전자를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문득 '바리'의 얼굴로 변했다
선생님의 얼굴로 변했다
뒷산 바위 부처의 얼굴로 변했다

흙과 관련된 모든 것은 이렇듯 혼란스럽다

하얀 욕조와 하얀 세면대와 하얀 좌변기는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의 살을 녹여 버리기 위해
불 속에서 태어났다

주전자로 붓는 물길의 높낮이에 따라
물줄기의 굵기에 따라
다양한 고통이 연출 되었다

주전자를 든 '바리'가 뱀 같은 눈으로 물었다

'그 사람, 김평원에게 공작금 5천 달러를 받았지?'

그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할 기력도 의욕도 잃었다

'바리'는 돌돌 말린 줄자를 펴서
거꾸로 매달려 있는 그의 몸 각 부위를 재기 시작했다
무릎에서 사타구니까지 길이를 잰 다음, 성기의 둘레와 크기를 쟀다

'받았지?'

그가 무슨 말을 외치자 '바리'는 즉시 그의 성기 끄트머리에
볼펜으로 받아썼다
창문 밖에서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서로 먼저 발뒤꿈치를 들었다

'바리'는 얇은 비닐 랩을 손에 두르고
그의 성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성기는 이미 그의 몸이 아니었다
그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성기의 모습이 변했다

'받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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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32 [흙 - 3]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8-17 12:21
조회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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