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x 75 cm/캔버스천에 아크릴릭,오브제/07.10.06
[천황과 히로시마 원폭 - 29]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지기 전 부터
천황 히로히토와 그 측근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국체를 수호하고 황국을 보위 할까' 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거듭되는 공습에 의한 국민들의 희생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실, 포츠담 선언이 발표되기 전날인 7월 25일 히로히토가 기도 고이치에게 물었던 것은
'3종의 신기'가 수호될 수 있을까 라는 걱정 뿐이었다.
이 가당찮은 '3종의 신기'란
이세신궁에 미타마시로 로서 받들고 있는 '구사나기노쓰루기'(칼)과 銅鏡 , 그리고 曲玉 등이다.
요컨데 '아마테라스오미카미' 나 '스사노오미코도'로 모셔지고 있는 신화적인 器物인 것이다.
물론 이 요상한 기물들의 실체는 알 수도 없고 또한 고증된 바도 없다.
설령 어떻게 그럴듯하게 고증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들은 器物일 수밖에 없다.
거울과 칼과 句玉 (曲玉) 이라는 기물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7월 25일 오전 10시 20분에 기도 고이치에게 히로히토 왈,
'3종의 신기를 수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완수하지 못한다면 皇統 2천 6백년의 상징을 잃게 되며,
결국 황실도 국체도 수호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까짓 환타지 만화같은 '신화의 3종 신기'를 지키기 위해서 미적거리다가
오끼나와 주민이 떼죽음을 당하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수십만 국민들이 핵폭을 맞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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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히로히토가 '3종의 신기'를 소중하게 품에 안고 있다.
집앞 문방구점에서 연필깎는 칼 과 손거울 그리고 곡옥 대신에 깨진 도자기 파편을 오브제로 화면에 붙였다.
내가 '칠지도'가 한반도와 관련하여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들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곡옥이 생명의 씨앗이며 어쩌구 저쩌구하는 바도 세상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 생명의 상징인 곡옥 대신에 20 여년전 경주 답사길에 나섰다가 길가에서 줏은 분청사기 파편 한 쪼각을 사용했다.
섭씨 1200 도의 불길 속에서 새로 태어났으니 분청 파편 쪼각도 역시 새로운 생명의 상징임이 분명하다.
화면 맨 아래의 그림은
히로시마 원폭을 현장에서 겪었던 고바야시 마사오 등이 당시의 체험을 그린 그림을
그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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