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45 x 30 cm/종이에 먹과 수채/07.12.24

[태안, 12월 오늘_9]

태안 검은 바닷가엔 기름 묻은 장화들이 열병식을 하듯이
날마다 새로운 자원봉사자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 그리고 수도권 바로 턱 아래
안산과 화성의 시화호, 북측 남측 간석지에 다시 대규모 개발계획이
확정 발표되어도 국민들 대부분은 모른채 바라보고만 있다.
시화호 배꼽에 해당되는 부분 270 만 평 부지 유니버살 스튜디오가 들어 선다는 발표가 있던 한달전,
경기지사와 화성시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당당한 표정, 자랑스러운 얼굴로 TV에 출연했다.
그 부근에 사는 대부분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새만금 방조제를 반대하며
스님, 신부님, 목사님이 부안에서 청와대 앞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관련 환경단체들과 양식있는 사회단체 외엔 국민들 대부분이 모른채 했다.
대통령 후보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새만금 개발안을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서남해안을 무제한 개발할 수 있는 '연안개발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사람들은 모른채 했다.
우리들은 진정으로 '바다'를 필요로 하는 것일까?
우리들은 바다의 필요성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에 바다가 존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오늘도 태안 바닷가에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기름을 닦아내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은
10 년 전 IMF 사건때 아이들의 돌반지를 빼들고 돼지저금통의 배를 갈라 내놓았던것 처럼
태안 바닷가를 '미화'의 이야깃거리로 만들고 있다.
자연재해가 아니고 '인재'임이 분명한 이 사건에 대해서
10 년 전에도 그렇듯이, 오늘 수십만명의 국민이 기름걸레를 들고 있어야 하는 원인과 이유를 아무도 묻지 않는다.

열병식을 하듯 새로운 자원봉사자를 기다리고 있는 저 장화들이 나는 두렵다.
언제든지 저 장화들은 '군화'로 바뀔수도 있다는 두려움이다.

나는 구름떼 처럼 모여 기름을 닦아내는 저 거룩한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에서
'국가주의'의 징후를 느끼며 몸서리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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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ay by Day]-86 / 태안, 12월 오늘_9
이름: damibox


등록일: 2007-12-24 16:45
조회수: 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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