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8.09.12
[木魚' 65 - 물어 뜯다]
청둥이가 소리를 내지르며 솟아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져 몇 번 더 펄쩍 펄쩍 뛰었다.
‘꽤꽥 꽤액 꽥! 저 마고할멈이 내 사타구니를 물고 있따아!
이놈의 마고할멈인지 마귀할멈인지! 놔! 놔라! 애구구 꽥꽥!’
청둥이가 엉덩이를 세차게 흔들면서 마구 날뛰자 목어와 내가 놀라서 그의 엉덩이를 살펴보니
갈색 윤기가 나는 손바닥만한 꽃게가 청둥이의 사타구니를 왼쪽 집게발로 물고 있었다.
청둥이의 사타구니를 꽉 물고 늘어진 채 오른쪽 집게발을 크게 쫙 벌려 겁을 주길래
나도 감히 어떻게 할 바를 몰라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제발 일단 놔줘라! 청둥이 요 녀석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일단 그 집게발을 풀고 이야기 하자.
저러다 청둥이 저 녀석이 다칠 수 있다. 응!’
두어 번을 더 사정조로 말하자 내 말이 효과를 보았는지 꽃게가 청둥이의 사타구니를 물고 있는 집게발을 풀어 놓아주었다.
즉시 청둥이가 집게발이 물었던 자기 사타구니 사이에 날개를 넣고 제자리에서 뒹굴면서 죽는 소리를 했다.
‘아이구 구구구! 청둥이 숨넘어가네! 마고할멈 넌 나한테 죽었다. 넌 오늘 나한테 딱 걸렸다! 아구구구’
청둥이의 몸에서 떨어진 꽃게가 나를 물어뜯으려고 하는 듯 집게발을 한껏 벌려 내얼굴을 향해 앞으로 세워서
몇 번 딱딱 마주치며 바닥을 딛고 있는 양쪽 8개의 발에 힘을 주어 납작한 몸을 높였다가 낮추기를 반복했다.
‘허! 마귀할멈이 아닌데.... 꽃게로구먼! 그런데 이거 어떻게 된거야?’
내가 몇 번 더 부드럽게 말하자 그 때서야 꽃게가 등껍질과 하얀배 사이에 숨겨진 두 눈을 바로 세워서 끔쩍거리며 말했다.
‘저 녀석이 아까부터 내 집 위에 앉아 있었는데 곱게 가겠지 싶어서 한참을 참고 기다렸어.
그런데 나중엔 내 집 위에서 발을 구르지를 않나, 저 구린 엉덩이로 집을 깔고 앉아서 짓뭉개지를 않나,
내가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
‘헛, 그럼 청둥이 저 녀석이 앉았던 곳이 너의 집이었어?’
‘맞아, 저기가 나의 집이야’
꽃게는 화가 좀 가라앉았는지 집게발로 청둥이가 내내 앉아있었던 옴팡한 자리를 가리켰다. 한층 꽃게의 목소리가 가늘고 여렸다.
그리고 등껍질 색깔이 다 같은 갈색이어도 작은 물결무늬가 검푸른색으로 곱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 암꽃게가 분명했다.
‘그런데 너의 단단한 등에 험한 구멍이 나 있구나. 왜 그렇게 되었지?’
‘내 몸에 생긴 험까지 자세히 말하긴 싫어!’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목어가 애써서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꽃게 네가 화를 낼 만 했다. 그래서 하필이면 청둥이의 사타구니를 물고 늘어졌구나.
잘못했다간 청둥이의 고것이 떨어져 나갈 뻔 했어!’
목어의 말에 결국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오랜만에 깔깔대면서 박장대소를 했다.
목어가 뒤쪽에서 죽는 소리로 앓고 있는 청둥이를 가리키며 나에게 눈치를 주었다.
꽃게는 큰 집게발을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이 저지른 일이 부끄러운지
끔적거리던 두 눈을 다시 등껍질 사이로 쑥 잡아당겨 숨겨 버렸다.
사타구니를 진정시킨 청둥이가 궁굴듯이 달려 왔다.
‘뭐야! 의리도 없는 인간아! 이 청둥이가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왔는데
이 인간은 뭐가 그리도 좋아서 깔깔대고 있노? 어떤 물건이 마고할민지 마귀할망구인지 어디 얼굴 한번 보자!
비겁하게 안 보이는 곳에 숨어서 남의 사타구니나 물어뜯는 이눔 마귀야! 오늘 아주 잘 만났다.
남 못되는 일에 기분좋아 깔깔 웃어대는 이런 못된 인간들을 만들어 놓아 이 귀한 세상을 몽땅 망쳐버린
이눔 마고의 버르장머리를 오늘 단단히 고쳐 주겠다아!‘
청둥이가 고래고래 악다구니를 써대며 내 옆으로 달려와 고개를 쑥 디밀었다.
‘이노옴 마고 할망구야! 어? 어디로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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