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숨통/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7.21

[숨통]

거센 바람이 바다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바람이 도망가는 길은 끝이 있을까

'바리'가 눈썹에 손을 붙여
멀리 눈의 초점을 모았다

'온다
땅속에서 세상을 바쳐 들고 있는 그이의 습한 입김이다
그이가 날숨을 자신의 몸통 속으로 길게 뿜어내어
몸 안에서 오른쪽으로 3만리를 돌고
다시 왼쪽으로 9만리를 돌아서 세상으로 나오면
거센 바람으로 변한다'

그는 '바리'를 바라보면서
땅 속 그이는 분명 저 여자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이 얼핏 스쳐지나갔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깊은 땅 속 숨통에서 불어오는 이 바람이
세상을 늘 새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승과 저승을 잇는 길이 막혀버렸으니
이 바람도 결국 길을 잃어버렸구나
제 갈 길을 잃어버린 것들은 자꾸만 괴롭힐 대상을 찾아서 떠돈다
세상도 저승도 서로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은
가야 할 길이 문득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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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18 [숨통]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7-21 13:32
조회수: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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