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해 - 2/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7.17

[해 - 2]

모두 타버리고 남아있는 것은 두 가지 뿐이었다

남은 것 하나, 거대한 쌀 나무 한 그루

검게 타버린 잎사귀에 사람의 혈관이 돌고 있는 벼 한 그루가
새롭게 생긴 빛을 머금고 백 척도 넘게 커버렸다

커다란 쌀 열매를 올려다보면서 ‘바리’가 말했다

‘우리는 분명히 헛것을 보고 있다, 불쌍한 것’

하얀 쌀 열매에 붉은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저것은 허구다
그런데 내 세상에서 경험하지 않았던 것은 모두 허구일까
허구 속에 얼마간의 사실이 숨어있든
혹은 사실 속에 얼마간의 허구가 숨어있든
그것은 모두 사실이다「사실」은 절대 「허구」속에 숨을 수 없다‘

쌀눈에 박힌 까만 눈망울이 그들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



.
남은 것 둘, 눈 나무

새로운 빛은 모든 것을 가능케 했다
살아남은 소나무 한 그루에 눈꽃이 피고 사과가 열렸다

그가 아는 척 말했다

‘저 3개의 사과
하나는 인간에게 자유를 가르쳐 주었고
또 하나는 존재를 알려주었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를 고독하게 만들었다‘

‘바리’가 그를 바라보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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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16 [해 - 2]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7-17 16:20
조회수: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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