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사람이 하늘이다/90x130cm/캔버스에아크릴릭/2015


[사람의 미래]

내 나이 60살이 되도록 단 한 번도 미래에 대해서 절망해본 적이 없다.
1960년대의 전라도 땅을 휩쓸었던 3년 가뭄도, 1970년대 유신독재의 가혹한 탄압 아래서도,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 도청광장의 피바다 속에서도
나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절망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2015년 12월 10일
오늘, 내 몸을 헤치고 들어앉은 절망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
대한민국의 천박한 자본주의가 빚어내고 있는 이 절망감은 단지 경제문제를 떠나서
역사, 사회, 정치 전반에 그 추접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에는 빚더미의 늪에 나라를 던져넣고, 개인들의 육신과 혼을 가계빚의 쇠사슬에 영원히 묶어놓았다.
나라도 개인도 모두 가혹한 자본의 노예로 전락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개인들 스스로가 ‘노예’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노예가 되었음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더구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인정받는 노예가 되는 것을
지고의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즉, 자기성찰이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종편에 나와서 그 가여운 혓바닥을 놀리는 지식인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외치는 학자들,
방위산업과 핵발전소에서 비리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잘한 짓이라는 뻔뻔한 얼굴들,
세월호 침몰당시에 단 한 명의 생명도 구출하지 못하고도 큰소리치는 더러운 얼굴들,
선거부정 댓글이나 달고 있는 국정원의 추잡한 얼굴들,
그렇게 송두리째 썩어문드러진 권력과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멍 때린 얼굴들,
뻑 하면 좌빨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극우단체들의 애잔한 얼굴들... 저 때꼽자구 잔뜩 낀 얼굴들 속에서
나는 우리의 참담한 미래를 들여다보고 있다.

2010년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이 두 동강 나듯이
온갖 방산비리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국방무기들은
결국 국민들의 가슴으로 향하던지 또는 제자리에서 자동폭발하게 될 것이다.
비리와 부패와 의문으로 띄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듯이
비리로 얼룩진 핵발전소는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스스로 폭발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전체를 뒤덮는 방사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레기 언론과 정부는 지금까지 해 오듯이
‘괜찮다!’라는 거짓말만 반복할 것이다.
쪼잔하게 인터넷 댓글이나 달고 있던 국정원은 작금의 핵발전소 폭발이 북한의 테러하고 발표할 것이다.
군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북한 선전포고로 전쟁의 불씨를 살려내고
이 상황의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모두 북한의 사주를 받은 간첩으로 몰아갈 것이다.
그중 용감한 대한민국 장성 하나가 군인정신을 발휘하여 미사일을 평양으로 날려 보냈다.
평양당국은 서부전선에 배치된 장사정포를 일제히 가동하고 대포동 미사일 3발이 종로 한 복판에 떨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중 2발은 불발, 1발이 폭발했다. 서울은 패닉상황에 빠졌다.
한국전쟁때 이승만이 국민 몰래 도망하듯이 대통령과 각료들은 비밀리에 도망가기에 바쁘고
국민들은 우왕좌왕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이쯤에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로 일단 남북한의 군부를 진정시켰으나 계엄상태는 지속된다.
어쨌거나 종북좌빨이나 테러리스트의 죄목으로 끌려가서 정상적인 재판도 없이 총살당한 죽음은
그나마 편안한 죽음이 될 것이다.
대다수 살아남은 사람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땅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가중되는 고통 속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죽어갈 것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과 음식을 먹고 방사능에 뒤범벅이 된 아이를 낳을 것이다.
팔이 엉덩이에 돋은 아이이거나, 머리가 두개 달린 아이이거나, 똥구멍이 없는 아이이거나,
뼈가 없는 아이이거나, 발가락이 열다섯개인 아이이거나, 사람 몸에 쥐 대가리가 붙어있거나,
혓바닥이 두 개인 아이이거나, 눈이 3개 달린 아이이거나, 심장이 몸밖에 달린 아이이거나,
사람머리에 몸체는 통닭이거나, 엉덩이에 개 꼬리가 달려있거나..... 그렇게 고통스럽게 태어났지만,
그러나 천천히, 시커멓고 쫀득쫀득한 고통 속에서 아주 천천히 죽어갈 것이다.
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사람들은 마약을 찾을 것이다.
재벌들은 진통약이라는 미명으로 마약을 합법적으로 제조판매하여 엄청난 이익을 남길 것이고
사람들은 날마다 마약에 젖어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고통 없이 사람을 죽여주는 신종 안락사(安樂死) 직업이 아마 유행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아이폰을 구입하기 위해서 예약을 하고 상점 앞에 밤을 새워 줄을 서듯이,
사람들은 안락사 상점 앞에서 죽음의 순번 번호표를 쥐고 한시라도 빨리 죽기를 기다리며 장사진을 이룰 것이다.
좀 더 빠른 번호표를 구하기 위해서 역시 웃돈거래와 온갖 백그라운드가 동원 될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의 순차번호에 따라 신분과 계급이 나뉠 수도 있을 것이다.
암튼, 그러나 결국은 모두 죽게 된다.
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먼발치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면 역대급 비극이다.
우리의 미래는 아수라 지옥이 정확한 답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가스통 할배들이 설치고, 조계사에 은신하고 있는 민노총 위원장에게 불교신자들이 몰려와서
빨리 나가라고 악쓰는 것을 어찌 정상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국가와 정부가 통째로 비리와 부패와 타락한 것은 정치지도자 한 두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없는 사안이다.
국민 전체의 책임이다.
이제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징조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결국 분단의 고통도, 남과 북의 전쟁도, 사대강이 썩어문드러져 병들어가는 것도,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 고갈되어가는 것도, 직장 없는 청년들이 백수로 늙어가는 것도,
출산율이 급감하여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나라빚과 가계빚이 눈덩어리처럼 커져가는 것도,
선거 때 마다 댓글군인, 댓글 국정원이 설치는 것도
결국은 국민들이 그 책임을 모두 감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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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이 하늘이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15-12-11 15:36
조회수: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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